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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몇 가지 의견(글이 좀 깁니다 ;;;)
글쓴이 : 관객19 조회수: 264 2018-04-19 09:44:24

(게시판에서 계속 되는 논의에 피로를 느끼는 분들도 있으신 걸로 압니다.
그 와중에 긴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관객운동 카페에 올릴 수도 있겠지만 아래 올라온 글에 대한 반론으로 시작된 글이라 게시판에 올립니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 서로 한번 더 신중히 생각하고,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적습니다.

먼저 다시한번 말씀드리고 싶은건 (저는 현재 참여자가 아니지만) 관객운동을 하고자하는 것은 피해호소인 입장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피해호소인에 대한 존중와 가해지목자의 인권에 대한 옹호는 다른 문제이며 함께 지켜나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피해자대 가해자로 편을 가르는 발언에 반대해 많은 분들이 이미 여러번 이야기한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글은 5385글을 쓰신 관객님의 의견에 대한 반론을 시작으로 쓰게 됐습니다.
반론과 질문을 겸해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세 가지입니다.


1.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지지와 연대에 대해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번도 지지의사 표명을 못했는데
어딘가서 숨죽이고 있을 피해학생에게 지지와 연대의 의사를 밝힙니다.
당신의 용기를 존중합니다.“

5385글을 쓰신 관객님이 글의 말미에 쓰신 내용입니다.
(글이 삭제되면서 번호가 바뀌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피해학생에게 지지와 연대의 의사를 밝힙니다.’  잔영님이 이번 사건을 트윗에 폭로할때도 피해자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는 멘션을 함께 올렸는데요,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글이 올라온 날짜를 다시 확인 하고 한참 바라본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 지지와 연대가 수많은 지지와 연대표명들 안에서 꽤나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정체불명의 무언가처럼, 시간개념을 상실하고 떠도는 무의미한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사건이 학교측의 중재로 (어떤 식이었든 피해자의 요청대로) 처리된지 2년이 지난 시점에 트윗을 통해 올라온, 피해자에게 보내는 지지와 연대 표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다시 듣게 되는 관객님의 지지와 연대 표명 앞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지지와 연대를 표하기 전, 당연히 한번은 생각해 보셨을 거라 여겨지는 데요, 관객님보다 조금 더 앞서서 잔영님이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혔고, 그 지지와 연대의 이름으로 폭로를 감행했습니다. 그 폭로는 정당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며 이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지와 연대는 적절한 때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요청이나 상황상의 필요에 의하지 않은, 사건의 개별성에 대한 진중한 접근 없이 관습적으로 말하고 행하는 지지와 연대 표명은 위험한 측면과 부작용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에서 보면, 피해자의 요청으로 비공식적으로 처리되고 마무리된 사안을 공개적으로 지지연대 표명하신 건데요, 그 의사는 누구를 향한 것입니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에 되지 않을 뿐더러 상황에 대한 무지만 더욱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지지, 연대, 말 그대로 당신의 편에 서서 당신을 이해하고 응원하겠다는 말입니다. 그 말을 이해 못한다니 당신이야말로 무지하고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이 시점에서의 이 지지와 연대에는 아무래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선 단순한 이유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자의의사와 무관하게 피해자를 다시 호출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피해자의 용기에 대한 지지연대 표명은 피해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피해자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피해자도, 가해자도 법적절차 또한 필요하면 감당하면 될 일이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법적절차는 피해자가 원했던 비공식처리의 정반대에 위치한 것이며, 사건이 학교의 중재와 당사자간 합의로 일단락된 일임을 생각할 때 다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로 진행될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괴롭고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음은 분명합니다. 피해자에게 지지와 연대를 표하느라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던 방식의 해결을 거론합니다. 본인이 피해호소인의 입장이었다면, 가해지목인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지, 무엇을 원했을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2. 권력자-강자라는 위치

학생과 강사의 일이라면 강사는 권력자의 위치에서 모든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것일까요? 학점을 주는 위치에 있다면 권력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 이번 사건에서 김성욱님은 권력자로 보기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행사했다면 권력자로 규정짓고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겠지만 다음에 강의를 다시 할지 모르는 강사와의, 학점처리가 이미 끝난 시점에 자율적으로 참석할 수 있는 종강연 자리에서 일어난 일로 접수되었기에 개별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김성욱님과 학생들이 위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었던건 트윗을 통해서 본 일부 학생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해당강사가 영화사 수업시간에 여성감독을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의계획서 수정을 학과에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그 내용을 트윗에 자랑스럽게 올리는 학생을 보았습니다. 강사 두 분의 수업계획서 두 장을 나란히 올리고 비교해 보라며(봐도 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해당 강사는 평소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듯이 몰고 가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강사가 학생의 리포트(혹은 다른 무엇이라도) 두 장을 트윗에 올려 비교하며 한 학생에 대해 이 학생 문제있다고 말하면 학생 인권과 기본권을 지켜주지 않았다며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강사는 강의권에 대한 기본 권리조차 그렇게 발가벗겨지는데 아무도 그 점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이 학생의 행동은 스승과 제자가 권력관계로 얽혀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입니다. (굳이 권력이란 용어까지 쓰지 않더라도, 강사에 대한 기본예의를 갖추기만 했어도 하지 못할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사건의 경우, 저는 권력자인 선생의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아님 말고’식의 어처구니없는 태도로도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몇몇 학생들의 반응들을 보며 학교에서 강의하는 것도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학생은 물론이고 학교, 언론 아무도 강사-김성욱님 입장을 헤아린 쪽은 없었습니다. 개인의 삶이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흔들리는지에는 무관심한 재빠른 선긋기만이 있었지요. 누구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태도를 취할 때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 불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왜 불명확한지에 대한, 사건 개별성과 고유성에 대해 좀 더 숙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극단적인 예가 될지, 보편적인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갑을관계가 확실하고, 목격자가 있고, 행위도 분명한 명백한 성추행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자가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고발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피해자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건이 공론화 되고 아무 준비 없이 법적영역으로 넘어 갔을 때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지는... 지난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3. 2차가해와 책임에 대한 문제

김성욱님을 2차가해 피해자라고 한 것을 문제 삼으셨는데요, 제가 접한 바로는 2차가해라는 말은 당연히 피해자를 두고 쓰였습니다. 그리고 그 2차가해는 폭로자가 일으킨 것이고요. 김프로님을 2차가해 피해자라고 쓴 글이 있다면 짐작하기로는 기존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다는 뜻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번 2차가해사건은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요? 김성욱님은 학교를 그만두고, 일체의 청탁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들었으며 (제 바람은 그 잡지에는 앞으로도 쭈욱 글을 쓰실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10년 이상 일한 극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즉 현 시점에서의 모든 생계활동을 중단했습니다.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는 제보 뒤 그가 책임을 다한 결과입니다.

2차가해를 일으킨 폭로자는 어떤 책임을 지시겠습니까? 누군가 하셨던 질문처럼 문제를 일으킨 계정정도는 닫을 용의가 있으십니까?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둘 용의는 있으신지요? '일체의 대외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그 비슷한 말을 누군가가 들었는데 아닌것도 같다고 한다면 앞으로 무엇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 대외활동이라는 것도 일체 하지 않으실 거고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요구할 때는 본인이 그 입장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정도 각오가 없다면 지금 자신이 하는 말들이 타당한 것인지, 자신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조차 없을 겁니다. 당신은 되고 나는 안 되는 일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때, 그것이 바로 폭력입니다. 우리가 재판장의 판사가 아닌 이상, 이제는 처음 피해자와 가해자로 불러왔던 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돌이켜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 말씀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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